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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인 세상

[박노자칼럼] 포로 신세의 대한민국 찰스 디킨스에게 (1859)라는 명작이 있다. 요즘 국내 상황을 보면서 ‘두 재판 이야기’라는 주제로 한 편의 소설을 쓸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12일, 정리해고에 저항했던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 8명에게 3∼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진압의 폭력성을 문제삼지 않았던 재판부는 노조의 “상식을 넘은 폭력”을 판결 근거로 삼았다. 파탄을 가져다준 무차별적 “해외자본 유치”에 대한 국가와 경영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서, 노조의 점거파업이 회사를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갔다고 봤다. “상식”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에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저항을 시도한 노동자들을 “시범 케이스”로 만들어 무찔러야 한다는 것은 한국 자본의 “상식”이지만, 해고를 당하면 결국 자식 학비도 벌어주지 못하는 도시빈민으로 전락한다는 것.. 더보기
[서민의 과학과 사회]기생충을 닮은 당신께 “기생충학을 해보지 않겠니?” 졸업 후 뭘 할까 고민하던 본과 4학년 때, 기생충학 교수님의 권유는 그후 내 인생을 결정지었다. 그로부터 19년째, 난 앉으나 서나 기생충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생충의 특성에 대해 한번 말해 보겠다. 첫번째, 기생충은 남의 것을 뺏는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작은 창자에 살면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우리가 먹는 밥이 스스로 혹은 가족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얻은 것인 데 반해 기생충은 편안히 앉아 음식물을 받아먹는다. 자신이 열심히 벌어 얻은, 게다가 소화하기 좋게 잘 씹기까지 한 고기가 회충한테 간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생충을 퇴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건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남이 발로 뛰어 얻은 .. 더보기
[정연주칼럼] 기자인가, 검사인가 요즘 언론의 보도와 기자의 행태를 보면 이게 정말 언론인가, 기자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종시, 4대강 개발 등에 대한 홍보성 보도는 조중동뿐 아니라 경제지, 방송 등 거의 한목소리다. 광고 전단지 같다. 이 정도는 약과다. 최근 법원 판결에 대한 조중동의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을 보면, 단순한 광고 전단지의 차원이 아니라 중세 암흑시대 마녀사냥을 보는 것 같은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이건 언론이 아니다. 무릇 언론은 두 가지 기본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실 보도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 언론은 기득권 강자의 논리로 뭉쳐 있다. 가진 자의 편이다. 아니, 그들 스스로가 이미 기득권이고, 강자.. 더보기
[정동칼럼]사실 모아 진실 덮기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나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통계를 가르쳐왔고, 통계에 대한 일부 편견에 맞서 통계를 옹호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동시에 통계의 오용과 남용을 경계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오용과 남용은 결국 통계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꼭 써야 하는 순간에도 쓰지 못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통계 오남용은 너무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교조와 성적’ 통계는 엉터리 엊그제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로 노동연구원에서 수행했다고 하는,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높아지면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결과는 사실상 길게 논평할 가치도 없다. 통계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엉터리임을 꿰뚫었을 것이다. 여기서 전국의 학.. 더보기
[한겨레]피디저널리즘과 피디수첩 무죄 기자저널리즘과 피디저널리즘은 무엇이 다른가. 보이는 것을 보도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 보도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언론의 의무가 공론을 시작하는 것이라면 가장 공론이 필요한 사안들은 관련 정보가 부족한, ‘보이지 않는’ 사안들일 것이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당연한 사안은 공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지는 공론이 필요하다. 바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피디저널리즘은 결국에는 ‘불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의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완벽하지 않다고 하여 법적으로 단죄한다는 것은 피디저널리즘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곧 가장 공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언론의 .. 더보기
[경향 사설]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세종시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면서 정부가 민관위원회를 출범시킨 지 2개월 만이다. 수정안의 핵심은 정부가 이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뜸들이기 시작한 4개월 전에 예상했던 대로다. 9부2처2청의 세종시 이전을 백지화하고, 기업·학교·연구소 등의 유치 계획과 지원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세종시 원안인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행정부처를 뺀 ‘복합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로부터 비롯된 도시다. 목적 달성의 효율성을 위해 ‘행정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도시’가 선택됐다. 이것이 세종시의 정체성이다. 정부의 수정안은 세종시의 정체성을 폐기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세종시 특별법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 더보기
[한겨레 20100106]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 여의도에서 한강 유람선을 탄 한 외국 학자가 잠실에서 내렸다. 실망스런 표정으로 이걸 왜 타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넓은 강물은 보았는데 양옆에는 온통 콘크리트 제방과 아파트, 굵은 다리 기둥과 돌출된 고가도로뿐, 역사도 문화도 경치도 없더라는 말이었다. 원래 한강이 그런 강은 아니었다. 조선이 도읍으로 정한 한양의 남쪽에 흐르는 한강, 특히 송파에서 마포에 이르는 강의 경치는 빼어난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은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는 ‘선유봉’과 ‘작은 해금강’이라고 불리던 ‘밤섬’의 절벽을 구경하며 뱃놀이를 하였다. 밤섬과 여의도 사이에는 십리에 걸친 넓은 백사장이 있어서 시인들이 “한 줄기 맑은 모래, 강을 덮었는데, 눈인가 서리인가” 하고 노래.. 더보기
庚寅년 첫 사설(경향, 한겨레) [경향 사설]민주주의 위한 대전환의 해로 소통의 공간은 무한정 펼쳐져 있지만 흐름은 멈춰 있다. 수없이 많은 언어가 쉴 새 없이 교환되지만, 통하지는 않는다. 소통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이런 모습이 어제 오늘 목격된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첫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촛불시위는 소통 부재로 정부와 시민의 직접 대결을 초래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촛불시위는 끝났으나 ‘소통 없는 사회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년 내내 한국인의 가슴을 짓눌렀던 용산참사가 그 상징적 단면이다. 거리에서 외치는 시민의 많고 적음, 그들 목소리의 높낮이만이 척도는 아니다. 시민들의 마음이 닫혀 있느냐, 열려 있느냐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시민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정부와 시.. 더보기
애플파이 - 5월 23일에 바침(故노무현 대통령 추모곡) 들을 때마다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이 사랑한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이룩하고자 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무너져 가는 민주주의를 꼭 지키겠습니다. 약한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그렇게 가게 한 썩어빠진 권력에 복수하겠습니다. 더보기
조폭언론 일망타진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지칭한 이유가 있었다. 조폭처럼 자기네 영역(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언어)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자기네 이익’은 친일 또는 군부독재 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것, 이를 위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기득권 수구정당의 권력장악과 장기집권을 적극 도모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폭언론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기이할 정도로 닮았다. 총리, 장관 등의 청문회 때 터져 나온 온갖 비리,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을 사장에 앉히는 문제 등에 대해, 과거 참여정부 때 한 이야기와 지금 하는 이야기가 정반대인 것도 닮았고, 그 바닥에 깔린 논리, 심지어 사용하는 어투조차 닮았다. 일란성 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