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이 희망인 세상

조폭언론 일망타진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지칭한 이유가 있었다. 조폭처럼 자기네 영역(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언어)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자기네 이익’은 친일 또는 군부독재 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것, 이를 위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기득권 수구정당의 권력장악과 장기집권을 적극 도모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폭언론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기이할 정도로 닮았다. 총리, 장관 등의 청문회 때 터져 나온 온갖 비리,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을 <한국방송> 사장에 앉히는 문제 등에 대해, 과거 참여정부 때 한 이야기와 지금 하는 이야기가 정반대인 것도 닮았고, 그 바닥에 깔린 논리, 심지어 사용하는 어투조차 닮았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이 일란성 쌍둥이 집단이 그들 권력의 장기화를 위해 집요하게 꾸미는 일이 하나 있다. 조중동에 종합편성 채널을 줘서 신문과 방송 모두 수구 일색의 구도로 굳히려는 것이다. 자민당의 54년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일본의 언론 토양처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미디어관련법이다. 그런데 이 미디어법 체제로 탄생할 ‘조중동 방송’이 ‘죽음의 덫’이 되어 방송의 모태인 조중동 신문까지 함께 껴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결과는 ‘조폭언론 일망타진’이니, 참으로 기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조중동 살리겠다는 방송 먹거리가 죽음의 덫이 되다니….


  무슨 근거로 ‘죽음의 덫’을, ‘조폭언론 일망타진’을 주장하는가 물으실지 모르겠다. 우선, 단순하게 시장 논리대로 가면 그렇다. 종합편성 채널 3개 생겨서, 기존의 지상파 3사와 함께, 정해진 광고시장을 가지고 서로 피투성이 경쟁을 하게 되면, (기사로 광고주를 겁박하는) 조폭 체질로 운영해온 아날로그식 신문경영 방식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방송시장에서 딱 죽게 되어 있다. 그리고 종합편성 방송을 시작하고 운영하려면 그 아날로그식 조폭 체질로는 엄청난 비효율을 극복할 재간이 없어, 수천억원의 함몰 비용을 순식간에 쏟아붓게 된다. 함몰 비용은 회복 불가능하다.


  그다음, 더 중요한 근거는 이렇다. 첫째, 미디어법의 근거와 관련하여 헌재는 절차상의 위법을 지적했고, 국회 스스로 위법을 시정하라고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 위임했다. 그런데도 절차적 위법을 시정하지 않으면, 그런 중대한 흠결을 가진 위법의 미디어법을 바탕으로 출범하는 조중동 방송은 위법 체제다. 둘째, 조중동 방송 살려주기 위해 황금채널 배정해주고, 의무 재전송도 강요하고, 광고와 규제면에서도 온갖 특혜를 다 주려 하는데, 이건 분명한 불공정 거래들이니 이 또한 불법이다. 셋째, 조중동 방송은 ‘보수이념의 선전도구’인 미국의 폭스 채널 이상으로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건 방송허가 기준 사항인 공정성 조항에 분명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출발부터 위법 체제요, 온갖 특혜의 불공정 거래에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중동식 방송까지 더해지면 이건 방송 재허가 때 당연 허가 취소해야 할 중대 사안들이다. 정권교체하여, 제대로 법과 규범을 지키기만 하면(민주주의 사회라면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 위법, 특혜, 불공정 거래 등의 결과물인 조중동 방송의 일망타진이 가능하다.


  이런데도 온갖 무리를 하면서 조중동 방송을 만들어, 거기에 갖은 불법적 특혜까지 줄 텐가? 이런데도 그 조중동 방송에 줄을 대려고 기업, 자본가 등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할 텐가?





2009년 11월 30일 한겨레 [정연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