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섬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겨레 20100106]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 여의도에서 한강 유람선을 탄 한 외국 학자가 잠실에서 내렸다. 실망스런 표정으로 이걸 왜 타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넓은 강물은 보았는데 양옆에는 온통 콘크리트 제방과 아파트, 굵은 다리 기둥과 돌출된 고가도로뿐, 역사도 문화도 경치도 없더라는 말이었다. 원래 한강이 그런 강은 아니었다. 조선이 도읍으로 정한 한양의 남쪽에 흐르는 한강, 특히 송파에서 마포에 이르는 강의 경치는 빼어난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은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는 ‘선유봉’과 ‘작은 해금강’이라고 불리던 ‘밤섬’의 절벽을 구경하며 뱃놀이를 하였다. 밤섬과 여의도 사이에는 십리에 걸친 넓은 백사장이 있어서 시인들이 “한 줄기 맑은 모래, 강을 덮었는데, 눈인가 서리인가” 하고 노래..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