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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인 세상

[양권모 칼럼] 세종시, '이명박市' 만들기


세종시를 ‘이명박시’로 바꾸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위 ‘소명’은 성공하고 있다. 충청 출신 총리를 내세워 불쑥 세종시를 수정한다고 했을 때, 어설프고 무모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도 충분히 예상하고 시작한 거다.

충청 총리가 비효율성을 내세워 정부 부처를 이전할 수 없다고 지르면서 이미 세종시는 법과 약속의 이행 문제가 아니라, ‘원안 대 수정’의 선택지가 됐다.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걸 더 충청 현지 주민들이 선호하는지 대보자는 게임으로 판을 바꿔버렸다. 거기다 대고 “얼굴에 칼 맞으며 정권 만들 때 어디서 잘 먹고 편안하게 지내다가 이제와서 누구한테…”라는 친박의 항변은 눈물겨운 바 있지만, 칼자루는 정권 잡은 사람들이 쥐고 있다. 그들은 약속과 신뢰 시비쯤은 일거에 무력화시킬 힘을 믿었던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정권을 걸다시피하면서 세종시 수정을 밀고가지 않았을 터다.

실상 그들이 믿는 권력의 힘은 바로 효과를 발하고 있다. 세종시에 이전할 기업들과 대학, 병원 등을 위한 특혜 조치들이 줄줄이 나왔다. 땅값을 거의 거저 수준으로 내리겠다, 그 땅의 개발권한도 주겠다, 법인세·소득세를 수년간 면제하겠다 등속은 ‘기업 프렌들리’ 정부가 들어서도 대기업들이 감히 기대조차 못했던 파격적 특혜들이다.

대학·대기업들에 초특급 특혜

규제도 다 풀어주고, 땅값도 거저이고, 세금도 면제받는데 가고 싶지 않은 기업이 있겠는가. 순전히 땅 장사만 해도 남는 장사다. 더욱이 제2롯데월드 건설처럼 저마다 숙원사업들을 갖고 있는 재벌들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나오는 정부의 러브콜을 거부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배포가 크지 않고는 어렵다. 재벌들이 겉으로 관심없는 척하는 것은 ‘몸값 올리기’ ‘표정관리’ 차원 이상은 아니다.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로 오려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이 세종시로 이전할 마음을 90~95% 정도 굳히고 있다”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몸짓만 큰 ‘또 하나의 기업도시’일 뿐이라는 외양을 물타기 위해 필수적인 대학 끌어들이기도 초특혜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존 학과나 단대를 세종시로 옮기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학과와 단대를 세종시에 만들라고 한다. 앉아서 정원을 늘리고, 대학의 규모를 키우고, 이러저런 숙원 학과도 신설할 수 있고, 거기에다 대학 부지도 헐값에 얻을 수 있는 이런 기회를 걷어찰 유수 대학들은 별로 없다. 정부는 게다가 영리병원까지 세종시에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소위 ‘황제치료’를 받는 최상위 계층만을 위한 ‘명품병원’을 이참에 설립, 이 정부의 숙원 하나를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정부는 이제 완전 ‘갑’의 위치다. 평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특혜 세일’을 보고 달려드는 기업과 대학들을 놓고, 고르고 선별할 처지란 얘기다. 정부는 수주 내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과 대학, 병원들의 세종시 이전 리스트를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곳들이 투자할 돈, 이전함으로써 생기는 생산과 고용효과의 최대 예상치도 내놓는다. 우호적 언론환경을 통해 무한 홍보전이 동반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유수의 대기업과 대학 등이 줄줄이 들어서는 도시와 9부2처2청의 행정기관‘만’이 이전하는 도시를 조작적으로 대조시키는, 양자택일을 놓고 여론을 재보자고 할 것이다. 충청도민들에게 ‘그래도 원안을 추진할까요’, 라고 묻자는 거다. 벌써 주민투표라도 실시하자고 한다. 초장부터 정권의 핵심들이 “수정안이 나오고 나면 여론은 달라질 것”이라고 호언한 것도 이런 것을 믿었기 때문일 터.

차라리 ‘이명박市’로 명명하라

이렇게 행정복합도시는 기업특혜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애초부터 세종시의 본질인 국토균형발전은 고려에 들어있지 않다. 특혜들로 인한 세금부담과 재정악화 문제도, 4대강 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겠다는 판에 안중에 있을 리 없다. 공무원이 세종시에서 서울 오가는 시간으로‘만’ 효율성을 재는 토목식 실용 앞에서, 약속이나 신뢰의 문제제기가 들릴 리 만무하다. 갖은 특혜로 기업도시를 만들면서 경제도시니, 과학콤플렉스니 하는 명명은 호박에 줄을 잘못 그은 것이다. 세종시를 없앤 것이고, 새로운 ‘이명박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떳떳한 게 낫다. 그래야 이 ‘수상한’ 도시의 끝장을 나중에라도 평가, 심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양권모 정치부장>

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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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은 정말 사람 질리게 하는데가 있다. 먼저 지쳐 쓰러지는 사람이 지는건가.
세종시도 그렇고 4대 강도 그렇고 용산도 그렇고...
너무 큰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니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할지 갈피가 안잡힌다.
그게 그놈들이 바라는 바인가?